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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회고록] 다시 학생이 되다

Beomseok Seo 2022. 12. 31. 21:28

Welcome 2023!

0. Intro

 저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과거의 일들을 금방 까먹고는 합니다. 그렇게 살다가 문득 과거의 어떤 한 경험이 생각날 때면, 그것에 관련된 좋았던 기억들이 연쇄적으로 떠오르고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런 것도 잊고 살아왔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잊혀져가는 과거 기억들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살면서 간직해두고싶은 소중한 추억들은 많은 반면 애석하게도 뇌는 모든것을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란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일기를 매일 쓰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분기, 더 길게는 반기 단위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록하는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 글이 추후에 저에게 있어서 과거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Trigger 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 전역

 올해 3월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부대에 있을 때는 나가는 날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나가는 날이 되니 정들었던 공간을 떠나는 일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 왔을 때의 낯설었던 부대 분위기와 건물 특유의 냄새, 오자마자 투입됐던 교육훈련, 유난히 절 아껴주었던 선임들, 얼마 안있어 만나게 된 부사수와 커피 마시며 헛소리를 주고 받는 일상과 2번의 보안감사 준비로 인한 야근시즌, 분대장이 되고 나서 했던 활동들, 일 안하고 농땡이 피우러 돌아다녔던 시간들, 개인시간을 왕창 써가며 일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일 ,불침번을 서면서 했었던 진지한 대화, 밤 늦게 간부님 몰래 먹던 라면 등등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이날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전역하기 전 날에 한 후임이 자기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갖는다고 했는데,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제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1년 반동안 생활하던 건물과 그 앞 운동장, 사무실까지 가는 길과 사무실, 뜀걸음을 하며 보았던 부대 내부 모습이 가끔은 보고싶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에 군복입은 사람 중 왼쪽은 제 '알동기'입니다. (알동기란 입대일이 동일한 동기를 의미합니다.) 친하게 지내던 선임들이 모두 떠나가고 꽤 오랜 기간동안 알동기와 제가 최고 선임으로 부대에 있었는데 이때 서로 많이 의지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전역하기 한참 전부터 우리는 같은 날 전역하자며 얘기를 하곤 했는데, 결국 저는 안나가도 되는 휴가를 나가고 알동기는 휴가 하루를 포기하여 같은 날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 손 제스처 7은 부대 명칭을 포함한 부대 내 정보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전역하는 날 선임이 용산역까지 나와 사준 바닐라빈쉐이크

2.  4 ~ 5 월

우체국에서 일하기

 아직 머리가 다 자라지도 못한 시기에 지인의 도움으로 알바를 구하게 됐습니다. 우체국에서 계리업무를 하는 알바였는데, 평소에 우체국을 이용해 볼 일이 없었던 저는 등기우편과 일반우편을 구분도 못했던터라 적응하는데에 매우 애먹었습니다.

 실수가 잦아지자 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저는 출퇴근길을 이용해 유튜브에 있는 우체국 계리직 공무원 시험 강의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도합해서 약 8시간 정도 되는 강의를 보고 나니 알바 일이 한결 편해지고 빠르게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알바를 그만 둘때 쯤에는 매우 숙련된 창구직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 오래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계약기간이 끝나 우체국 알바는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 맘때쯤 출퇴근 시간에 여자IDLE의 Tomboy 와 ive 의 Love Dive 를 돌려가며 들었는데 지금도 이 노래를 듣게 되면 다녔던 방배역과 그때쯤의 제가 생각나곤 합니다.

동아리 면탈과 분노의 스프링부트

 3월에 UMC라는 앱개발 동아리에 지원해서 면접 탈락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웹개발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제가 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활동내용이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당시 제 전역 계획이 흐트러져 예상보다 조금 늦게 나오게 돼서 대부분의 동아리의 모집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UMC는 늦게까지 지원을 받았기에 유일하게 지원한 동아리였는데, 떨어지게 돼서 한학기의 시간이 붕 떠버리게 돼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동아리에서 탈락한 원인을 제 프로젝트 경험 부족으로 규정하고, 바로 스프링부트를 공부하며 기회가 닿는대로 프로젝트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국엔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IT 관련 학과를 다니는 제 알동기와 만들었던 "Tipple" 웹앱도 이러한 배경속에 하게 된 프로젝트입니다. 실력은 부족하고 하고싶은건 많았고 시간은 많아서 밤낮으로 이것저것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고생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때에는 뭔가 내가 했던 것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을 때여서 사진을 비롯한 자료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Tipple 메인화면

 이 즈음에 동기는 갑자기 주5일 알바를 하게 되어 프로젝트에 거의 시간을 쓰지 못했고, 저도 혼자 남은거 하다가 어영부영 그만두고 다른 개인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Tipple 웹앱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해서 마무리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3. 6 ~ 8 월

대한민국 최고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편의점

 5월 말에 우체국 계약이 끝나서 다시 백수가 된 저는 빨리 구할 수 있는 알바를 찾던 중 집앞 15분 거리의 편의점에서 새로운 알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미 편의점은 2년간 해온 경험이 있기에 금방 구하게 됐습니다.

 주말에 하루 7시간씩 하는 알바여서 학교 일정에 겹치지 않을 것 같아 오래할 생각으로 지원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알바를 보러 갔는데 알바생 같은분이 면접을 보자고해서 뭐지싶었는데 알고보니 젊은 사장님이었습니다. 이제 서른하나가 되시는 사장님은 항상 잘해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내년에 결혼도 하십니다.

 

세미나와 컨퍼런스

이 시기에는 주말엔 알바를 하고 평일에 시간이 비었기에 공부하는데 비교적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웹개발 분야에서 빠르게 식견을 넓히고 싶었기에 각종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찾아보는데 시간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직된 분위기는 끝나가는 추세였음에도 대부분의 세미나와 컨퍼런스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돼서 집에서 편하게 들었던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컨퍼런스는 OSBC Open Source 컨퍼런스였습니다. 제가 갔던 오프라인 컨퍼런스 중에는 가장 큰 단위로 열렸던것 같고, 가서 다양한 기업의 개발자분들이 실무에서 고민했던것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4. 9 ~ 12 월

UMC 재수 끝에 합격

 1학기 때는 시간적으로 UMC 밖에 지원하지 못했지만 2학기에는 여러 동아리를 고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MC 모집 공고를 보자 왠지모르게 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다시 지원하게 됐습니다. 당시 진행중이던 쇼핑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을 열심히 어필해서 면접을 보았고,  3월때와는 다르게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UMC 3기에 합격하게 되어 매주 세미나에 AWS, DB, Spring Boot 내용들을 학습하고 Server 스터디 리더로써 스터디를 진행하는 활동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후에 UMC 중앙대 회장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제가 UMC에 떨어진 후 다시 지원을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좀 땄다고 합니다. 실패 이후 다시 준비하는 과정들과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연말인 지금은 세미나와 스터디 활동을 마치고 앱런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방"이라는 앱인데 추후에 블로그에서 소개할 수 있음 좋겠습니다.

다시 대학생

 고통의 수강신청과 수강정정 끝에 이번 학기엔 데이터베이스 설계, 컴퓨터구조와 객체지향프로그래밍을 듣게 되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고 Java를 다루면서 제가 임의로 했던 부분이나 잘 모르겠던 부분들을 강의들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 좋습니다. 새롭게 배운 내용들은 복습을 위해 꾸준히 정리하여 블로그에 포스팅 할 계획입니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매주 쳇바퀴 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주 5일 학교에서 강의 듣고 주말에는 편의점으로 알바를 가니, 사람에게는 숨돌리는 날이 필요하다는 걸 경험으로써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학기도 비슷하게 보낼 것 같기는 합니다. 대신 다음학기는 좀 더 세밀한 수강신청을 통해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축제 공연은 봤습니다. 여러 공연들을 봤지만 기억에 남는건 잔나비뿐입니다. 이 때 이후 한동안 잔나비 노래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최애 밴드 중 하나입니다.

잔나비 최고

반성

 저는 원래 아침 잠이 많은 편이기도 합니다. 이번 학기에 1교시 과목이 한 개 밖에 없었음에도 아침에 일어나는데 고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에 이것 때문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다음 학기부턴 아침에 확실히 일어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던가 아님 1교시를 듣지 않던가 해야겠습니다.

 

5. Outro

 내년에는 제발 미루는 습관을 버려내고 싶습니다. 지금 이 글도 일주일 전부터 쓰기를 계획했지만 마감 이틀 전에 대부분 써냈습니다.. 2023의 저는 좀 더 철든 모습으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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